아까워서 계속하다 더 잃는다 — 매몰비용

사람과 조직

아까워서 계속하다 더 잃는다 — 매몰비용

이미 쓴 돈은 어떤 선택을 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읽는 데 약 6분 아이모토
아까워서 계속하다 더 잃는다 — 매몰비용

재미없는 영화를 30분쯤 봤습니다. 나갈까 싶은데 표값이 아깝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봅니다. 그리고 두 시간을 더 씁니다.

돌아오지 않는 돈을 계산에 넣는 습관

경제학의 기본 원칙 하나는 매몰비용은 의사결정에 넣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미 지출했고 어떤 선택을 해도 회수되지 않는 비용이니까요. 앞으로 들어갈 비용과 얻을 이익만 비교하면 됩니다.

실제로 하는 계산지금까지 쓴 돈과 시간
해야 할 계산앞으로 들어갈 것과 얻을 것

원칙은 단순한데 실제로는 잘 안 지켜집니다. 여러 실험에서 사람들은 이미 쓴 금액이 클수록 그만두지 못했어요. 표를 비싸게 산 공연일수록 재미없어도 끝까지 봅니다.

조직에서는 더 심해집니다. 개인의 후회에 책임 문제가 얹히니까요. 그만두는 순간 그동안의 지출이 실패로 기록되거든요.

이렇게 커진다

  1. 01여기까지 썼는데
  2. 02조금만 더
  3. 03이제는 더 못 그만둔다

심리적으로는 손실 확정을 미루는 겁니다. 계속하는 동안에는 아직 실패가 아니거든요. 언젠가 잘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로 두는 게 편합니다. 그만두는 순간 손실이 확정되니까 결정을 미루는 거죠.

실제로 하는 계산과 해야 할 계산
지금까지 쓴 것은 어떤 선택을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여기에 자기 정당화가 붙습니다. 이만큼 투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근거로 재해석됩니다. 투입이 늘수록 정당화의 필요도 커지고, 그래서 더 투입하게 됩니다.

조직에서는 추가 투입이 오히려 쉬운 구조도 한몫해요. 이미 승인된 프로젝트에 예산을 더 붙이는 건 새 프로젝트를 승인받는 것보다 절차가 간단하니까요.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 지금지금 처음이라면, 이걸 시작할까
  • 아니오아니라면 쓴 것과 상관없이 멈추는 게 맞다

가장 실용적인 질문은 이겁니다. 지금 처음 시작한다면, 이걸 시작할 것인가. 아니라면 지금까지 쓴 것과 상관없이 멈추는 게 맞습니다.

이 질문이 유용한 이유는 과거를 계산에서 자동으로 빼기 때문입니다. '얼마 썼는데'가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답이 대체로 빨리 나옵니다. 망설여진다면 그 자체가 신호입니다.

시작할 때 정해두면 쉬워진다

더 좋은 건 시작할 때 그만둘 조건을 함께 정해두는 것입니다. '3개월 동안 문의가 10건 미만이면 중단' 같은 식으로요.

아까움이 커지는 세 단계
투입이 늘수록 정당화가 필요해지고, 그래서 더 투입한다

시작 시점에는 감정이 개입하지 않아서 기준을 냉정하게 잡을 수 있어요. 아직 아무것도 투입하지 않았으니 아까울 것도 없고요. 6개월 뒤의 나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보다 지금의 내가 기준을 적어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점검 시점도 미리 달력에 넣어둡니다. 그때가 되면 자동으로 판단하는 자리가 생기고, '조금만 더'가 무한정 이어지지 않죠.

조직에서는 이 방식이 특히 유용합니다. 중단이 누군가의 실패가 아니라 미리 정한 절차가 되니까요. 처음부터 합의된 조건에 따라 멈추는 거라면 책임을 따질 일이 줄어듭니다.

웹 운영에서 이 함정이 자주 나오는 자리가 있어요. 반응이 없는 채널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경우입니다. 개설하고 초기 세팅에 들인 시간이 아까워서 게시물을 계속 올리는데, 정작 거기서 오는 문의는 1년째 없는 상태죠.

이때도 질문은 같습니다. 지금 처음이라면 이 채널을 열 것인가. 아니라면 그동안 올린 게시물 수와 상관없이 정리하는 게 맞습니다. 그 시간을 실제로 유입이 나오는 쪽에 쓰는 편이 낫습니다.

여기서 조심할 것

모든 지속이 매몰비용 오류인 건 아닙니다. 축적이 필요한 일이 있어요. 콘텐츠나 검색 노출처럼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오는 영역에서는 초반 성과가 낮은 게 정상입니다. 이걸 매몰비용으로 오해해 중단하면 반대 방향의 손실이 나죠.

구분 기준은 지표가 개선되고 있느냐입니다. 절대값이 낮아도 방향이 맞으면 계속할 근거가 있어요. 몇 달째 방향도 안 움직인다면 그때가 멈출 자리고요.

한 번 정한 중단 조건도 상황이 바뀌면 다시 봐야 합니다. 기준을 지키는 게 목적이 되면 그것도 다른 종류의 경직이니까요.

중단이 항상 정답인 것도 아닙니다. 매몰비용을 계산에서 빼라는 건 그만두라는 뜻이 아니라 앞으로만 보고 정하라는 뜻이에요. 앞으로 들어갈 비용 대비 얻을 것이 여전히 크다면 계속하는 게 맞습니다. 지금까지 많이 썼다는 사실이 계속할 이유도, 그만둘 이유도 되지 않을 뿐이죠.

미리 정해둘 세 가지

  1. 시작할 때 그만둘 조건도 같이 정하기
  2. 점검 시점을 달력에 미리 넣기
  3. 판단은 결과 지표로만 하기

세 가지 다 미래의 나를 믿지 않는 장치입니다. 그때 가서 냉정하게 판단하겠다는 계획은 대체로 지켜지지 않거든요.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상황만 설명하고 물어보는 겁니다. 얼마를 썼는지는 빼고요. 밖에서 보는 사람은 애초에 매몰비용을 모르니 앞만 보고 답합니다. 그 답이 대개 맞습니다.

이미 쓴 돈은 어떤 선택을 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붙들고 있어도 돌아오지 않고, 놓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계산에서 빼는 게 손해가 아니라 이득입니다.

출처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 회수 불가능한 과거 비용이 현재 판단을 왜곡하는 현상. 아렌슨, 애리얼리 등의 실험에서 이미 지출한 금액이 클수록 중단하지 못하는 경향이 반복 확인됐다

카드뉴스로 보기

5장
1 / 5
아까워서 계속하다 더 잃는다 — 매몰비용 카드뉴스 1번째 장
아까워서 계속하다 더 잃는다 — 매몰비용 카드뉴스 2번째 장
아까워서 계속하다 더 잃는다 — 매몰비용 카드뉴스 3번째 장
아까워서 계속하다 더 잃는다 — 매몰비용 카드뉴스 4번째 장
아까워서 계속하다 더 잃는다 — 매몰비용 카드뉴스 5번째 장
밀어서 넘기기 · 이미지를 누르면 원본 크기

자주 묻는 질문

매몰비용 오류란 무엇인가요?
이미 지출했고 어떤 선택을 해도 회수되지 않는 비용을 현재 판단에 넣는 것입니다. 경제학의 기본 원칙은 매몰비용을 의사결정에서 빼고 앞으로 들어갈 비용과 얻을 이익만 비교하라는 것인데, 실제로는 잘 안 지켜집니다.
왜 알면서도 못 그만두나요?
손실 확정을 미루는 것입니다. 계속하는 동안에는 아직 실패가 아닙니다. 언젠가 잘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로 두는 게 편합니다. 그만두는 순간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에 결정을 미룹니다.
조직에서 더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의 후회에 책임 문제가 얹히기 때문입니다. 그만두는 순간 그동안의 지출이 실패로 기록됩니다. 여기에 더해 이미 승인된 프로젝트에 예산을 더 붙이는 것이 새 프로젝트를 승인받는 것보다 절차가 간단해서, 추가 투입이 오히려 쉬운 구조가 됩니다.
그만둘지 판단하는 기준이 있나요?
가장 실용적인 질문은 '지금 처음 시작한다면 이걸 시작할 것인가'입니다. 아니라면 지금까지 쓴 것과 상관없이 멈추는 게 맞습니다. 이 질문이 유용한 이유는 과거를 계산에서 자동으로 빼기 때문입니다. '얼마 썼는데'가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나요?
시작할 때 그만둘 조건을 함께 정해두는 것입니다. '3개월 동안 문의가 10건 미만이면 중단' 같은 식입니다. 시작 시점에는 감정이 개입하지 않아서 기준을 냉정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점검 시점도 미리 달력에 넣어두면 '조금만 더'가 무한정 이어지지 않습니다.
계속하는 게 맞는 경우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축적이 필요한 일이 있습니다. 콘텐츠나 검색 노출처럼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오는 영역에서는 초반 성과가 낮은 게 정상입니다. 구분 기준은 지표가 개선되고 있느냐입니다. 절대값이 낮아도 방향이 맞으면 계속할 근거가 있고, 몇 달째 방향도 안 움직이면 그때가 멈출 자리입니다.

이어서 볼 만한 글

아이모토는 홈페이지 제작과 웹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꾸준히 정리해 올립니다. 인사이트 전체 보기 · 견적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