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은 넓히는 게 아니라 고르는 것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관계에는 상한이 있습니다
연락처를 열어보면 수백 명입니다. 그중 최근 한 달 안에 안부를 주고받은 사람은 몇 명일까요. 대개 손에 꼽힙니다.
뇌 크기에서 나온 숫자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영장류의 뇌에서 신피질이 차지하는 비율과 무리 크기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무리가 클수록 신피질 비율이 컸어요. 관계를 유지하는 데 인지 자원이 든다는 뜻이죠.
이 관계식에 사람의 수치를 넣어 나온 값이 약 150입니다. 던바는 수렵채집 사회의 집단 규모, 군대의 중대 편성, 전통 마을의 크기 같은 자료에서도 비슷한 숫자가 반복된다는 점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 150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략적인 상한
여기서 150은 '아는 사람'의 수가 아닙니다.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한이에요.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습니다.
왜 상한이 생길까
관계 유지에는 비용이 듭니다. 안부를 묻고, 근황을 기억하고, 맥락을 따라가는 데 시간과 주의가 필요하죠. 그리고 시간은 늘릴 수 없습니다.

던바는 관계가 층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주 가까운 소수의 층부터 시작해 바깥으로 갈수록 인원은 늘고 접촉 빈도는 떨어집니다. 층마다 유지에 드는 비용이 다르고요.
그래서 새로운 사람이 안쪽 층으로 들어오면 누군가는 바깥으로 밀립니다. 의도적인 게 아니라 시간 배분의 결과예요. 인맥을 넓히라는 조언이 잘 안 먹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숫자를 늘리면 무엇이 줄어드나
숫자를 늘리면
- 아는 사람은 늘어난다
- 연락이 뜸해진다
- 깊이가 얕아진다
- 필요할 때 못 부른다
층을 관리하면
- 핵심이 정해진다
- 연락 주기가 생긴다
- 관계가 유지된다
- 필요할 때 닿는다
명함을 백 장 받아온 모임과 세 사람과 길게 이야기한 모임 중 어느 쪽이 남을까요. 대개 후자입니다. 앞쪽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고, 뒤쪽은 몇 달 뒤에도 연락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자주 어긋나는 게 있어요. 관계를 모아둔 자산처럼 여기는 겁니다. 연락처에 있으니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관계는 저장되는 게 아니라 유지되는 것이라, 오래 안 쓰면 그냥 이름으로 남습니다. 몇 년 만에 연락해서 부탁부터 꺼내면 상대도 그걸 압니다.
숫자를 늘리는 쪽이 성실해 보인다는 게 함정이에요. 실제로는 아무 층에도 안 들어간 사람만 늘어납니다.
관계를 층으로 관리하기
숫자를 늘리려 하지 말고 층을 정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분기에 한 번은 꼭 연락할 사람 스무 명을 적어보는 겁니다. 적어보면 대개 스무 명을 채우기가 어렵고, 그 자체가 정보죠.

목록을 정하면 그다음이 쉬워집니다. 없는 모임은 줄이고, 있는 사람에게는 정해진 주기로 연락해요. 아무 때나 생각날 때 연락하면 결국 안 하게 되거든요.
새로 넣을 사람이 생기면 무엇을 뺄지 함께 정합니다. 자리가 정해져 있다는 걸 인정하고 관리하는 방식이죠.
영업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관리 대상 고객을 백 명으로 잡으면 아무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요. 스무 명으로 줄이고 분기마다 연락하는 쪽이 실제 매출로는 낫습니다. 나머지는 관리하는 척만 하고 있던 겁니다.
조직 규모에도 같은 상한이 걸립니다. 사람이 늘수록 서로를 아는 데 드는 비용이 제곱으로 커지거든요. 열 명일 때는 다 알던 것이 서른 명이 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어느 규모를 넘으면 팀을 나누거나 문서로 남기는 방식으로 바꿔야 해요. 사람이 게을러져서가 아니라 구조가 한계에 닿은 것입니다.
여기서 조심할 것
150이라는 숫자를 정확한 상수처럼 쓰면 곤란합니다. 던바 본인도 100~250 범위로 제시했고, 이 추정에 대한 학계의 반론도 있어요. 2021년 스톡홀름대 연구진은 통계적 근거가 약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쓸모는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상한이 존재한다는 관점에 있습니다. 몇 명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르죠.
온라인 관계를 이 계산에 그대로 넣기도 어렵습니다. SNS 팔로워는 유지 비용이 거의 안 드는 대신 관계라고 부르기도 어려워요. 층이 하나 더 생겼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리고 이걸 사람을 정리하라는 말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목록에 없다고 관계를 끊자는 게 아니라, 한정된 시간을 어디에 쓸지 정해두자는 얘기입니다. 정해두지 않으면 가장 최근에 연락 온 사람에게 시간이 갑니다. 그게 꼭 중요한 사람은 아니고요.
오늘 정리해볼 세 가지
- 분기에 한 번은 꼭 연락할 사람 스무 명 적기
- 그 목록에 없는 모임 줄여보기
- 새로 넣을 사람이 생기면 뭘 뺄지도 정하기
첫 번째부터 해보면 대개 놀랍니다. 스무 칸이 잘 안 채워지거든요. 연락처는 수백 명인데 말이죠. 그 간극이 지금 상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인맥은 넓히는 문제가 아니라 고르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자리가 정해져 있다는 걸 인정하면 관리 방식이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