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를 해봤더니 성과가 줄지 않았다
영국 61개 기업 2,900명이 6개월간 실제로 해본 결과입니다
2022년 영국에서 61개 기업이 6개월간 주 4일제를 해봤습니다. 임금은 그대로 두고 근무일만 줄였습니다. 매출은 유지됐고 번아웃은 줄었습니다.
61개 기업, 2,900명, 6개월
2022년 6월부터 12월까지 영국에서 대규모 주 4일제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61개 기업, 약 2,900명이 참여했고 케임브리지대와 보스턴칼리지 연구진이 함께 관찰했어요. 이 분야 실험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입니다.

조건은 임금 100%, 근무 100% 성과, 근무 시간 80%였습니다. 급여를 깎지 않고 근무일만 줄이되 성과는 유지한다는 뜻이죠. 방식은 기업마다 달랐어요. 금요일 전체 휴무도 있었고, 팀별 교대 휴무도 있었습니다.
- 61개사6개월간 주 4일제를 실제로 해본 기업
- 대다수실험이 끝난 뒤에도 계속하기로 한 곳
결과는 이렇게 정리됐어요. 참여 기업 대부분이 제도를 계속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매출은 대체로 유지되거나 소폭 늘었고, 병가와 이직이 줄었으며, 번아웃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시간이 줄면 무엇이 먼저 사라지나
예상
- 일이 밀리겠지
- 야근이 늘겠지
- 성과가 떨어지겠지
- 결국 되돌리겠지
실제
- 불필요한 회의가 줄었다
- 집중 시간이 늘었다
- 성과는 유지
- 제도를 유지
시간을 줄이면 일이 밀릴 것 같은데 왜 그렇지 않았을까요. 참여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한 일이 있습니다. 회의를 먼저 줄였습니다. 참석자를 줄이고, 시간을 절반으로 잡고, 안건 없는 정기 회의를 없앴습니다.
그다음이 방해 요소 정리였습니다. 알림을 끄는 집중 시간대를 정하고, 즉시 답해야 하는 연락과 그렇지 않은 연락의 창구를 나눴습니다. 일이 줄어든 게 아니라 일하는 시간의 밀도가 올라간 겁니다.
이 실험이 보여준 건 근무일 수가 아니라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낭비가 있었는지였습니다. 시간을 줄이자 안 해도 되는 일이 먼저 드러났습니다.
작은 회사가 당장 빌려올 것
주 4일제를 바로 도입하기는 어렵죠. 그런데 실험에서 효과를 낸 방법은 제도와 무관하게 쓸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건 정기 회의를 반으로 줄여보는 것입니다. 없애는 게 아니라 주 1회를 격주로 바꾸는 정도면 충분해요. 한 달만 해보면 그 회의가 필요했는지 드러납니다. 대개 아무 일도 안 생기죠.

두 번째는 오전 두 시간을 방해 금지 시간으로 정하는 것입니다. 그 시간엔 서로 말을 걸지 않기로만 해도 하루의 집중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요. 제작이나 개발처럼 몰입이 필요한 일에서 특히 효과가 큽니다.
세 번째는 안 해도 되는 일을 목록에서 지우는 겁니다. 정기 보고서 중 아무도 안 읽는 것, 습관적으로 만드는 자료가 어디에나 있습니다. 지우기 전에 한 달만 멈춰보면 필요했는지 아닌지가 저절로 확인됩니다.
한국에서는 어디까지 왔나
국내에서도 시도가 이어지는 중이에요. 일부 기업이 격주 4일제나 금요일 반차 형태로 운영 중이고, 채용 공고에 이를 조건으로 내거는 곳도 늘었습니다. 아직 제도로 자리 잡았다고 하기는 이르죠.
다만 채용에서는 이미 변수로 작동해요. 급여를 크게 올리기 어려운 작은 회사가 사람을 붙잡을 수 있는 조건이 많지 않은데, 시간 관련 제도는 비용 대비 체감이 큽니다. 영국 실험에서도 이직 의사 감소가 가장 뚜렷한 지표 중 하나였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름만 가져오면 역효과라는 것입니다. 금요일에 쉬기로 해놓고 그날 연락이 오가면 쉬는 날도 아니고 일하는 날도 아닌 상태가 됩니다. 제도보다 그 하루에 연락하지 않는 합의가 실제로 지켜지는지가 성패를 가릅니다.
여기서 조심할 것
참여 기업은 자발적으로 지원한 곳입니다. 원래 이런 변화에 적극적인 조직이라는 뜻이고, 그만큼 결과가 좋게 나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든 업종에 그대로 옮길 수 있는 수치가 아닙니다.
업종별 차이도 크죠. 고객 응대나 현장 운영처럼 사람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일에서는 근무일을 줄이면 인력을 더 뽑아야 합니다. 지식 노동 중심 조직에서 효과가 잘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준비 없이 줄이면 실패한다는 것도 있습니다. 회의와 업무 정리가 먼저고 근무일 축소는 그다음이에요. 순서를 바꾸면 같은 일을 4일에 몰아넣는 결과가 됩니다. 그러면 시간당 부담만 커지고 번아웃은 오히려 심해집니다.
당장 빌려올 만한 것
- 정기 회의를 반으로 줄여보기
- 오전 두 시간은 서로 방해하지 않기로 정하기
- 안 해도 되는 일부터 목록에서 지우기
세 가지 다 근무일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영국 기업들이 실제로 먼저 한 일과 같습니다. 제도가 먼저가 아니라 정리가 먼저였습니다. 정리가 끝난 뒤에야 근무일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지, 근무일을 줄여서 정리가 된 게 아닙니다.
시간을 줄이면 일이 밀릴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안 해도 되는 일이 먼저 사라집니다. 그게 이 실험이 보여준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