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이 정확해질수록 재미가 없어지는 이유
맞히는 것과 알려주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알고리즘이 정확해질수록 이상하게 재미가 없어집니다. 내가 좋아할 만한 것만 계속 나오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긴 한데 새롭지가 않습니다.
정확도가 올라가면 생기는 문제
추천 시스템의 목표는 오랫동안 정확도였습니다. 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것을 얼마나 잘 맞히느냐로 성능을 쟀죠. 클릭률과 시청 시간이 지표였고, 그 지표는 실제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추천 연구에서는 이걸 필터 버블 또는 다양성 부족 문제로 다뤄요. 좋아할 것만 계속 나오니 새로운 것을 만날 통로가 닫히는 겁니다.
그래서 요즘 추천 시스템의 평가 지표에는 정확도 외에 다양성(diversity), 참신성(novelty), 뜻밖의 발견(serendipity)이 함께 들어갑니다. 맞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합의에 가깝습니다.
맞히는 것과 알려주는 것
정확한 추천
- 취향에 맞는다
- 실패가 적다
- 익숙하다
- 곧 지루해진다
좋은 큐레이션
- 몰랐던 것
- 가끔 빗나간다
- 낯설다
- 이야기가 생긴다
사람이 콘텐츠에서 얻는 즐거움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예상대로 좋은 것, 그리고 예상 못 했는데 좋은 것. 후자가 기억에 오래 남고 남에게 말하게 되죠. 이야기가 되는 쪽은 후자입니다.

그래서 정확도만 올리면 만족도는 유지되는데 애착이 줄어듭니다. 사람들이 다시 검색창을 쓰거나 남이 골라준 목록을 찾아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채널을 운영할 때도 같은 함정이 있다
뉴스레터나 SNS를 운영한다면 빠지기 쉬운 자리입니다. 반응이 좋았던 주제만 반복하게 되거든요. 지표는 유지되는데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매번 한 자리는 비워두는 게 좋아요. 잘 팔릴 것 말고 알려주고 싶은 것 하나를 넣는 자리요. 반응이 덜해도 채널의 성격을 만드는 건 이쪽입니다.
고른 이유를 사람 말로 적는 것도 효과가 큽니다. '많이 본 글'보다 '이번 주에 저희가 재밌게 본 것'이 더 읽혀요. 알고리즘이 못 하는 게 정확히 이 부분이거든요.
형식도 가끔 바꾸는 게 좋습니다. 매번 같은 틀로 나가면 열어보지 않게 되니까요. 사람은 변화가 없는 신호를 무시하도록 되어 있어서, 같은 제목 형식과 같은 구성이 반복되면 내용과 무관하게 넘깁니다.
홈페이지 콘텐츠도 같습니다. 검색 유입이 잘 나오는 주제만 계속 쓰면 그 주제의 순위는 올라가죠. 대신 새로운 검색어로 들어오는 경로는 안 늘어납니다. 이미 잡은 검색어를 지키는 일과 새 검색어를 여는 일. 다른 작업입니다.
그래서 콘텐츠 계획을 짤 때 두 종류를 나눠 잡는 편이 낫습니다. 확실히 유입이 나오는 주제와, 아직 아무도 안 쓴 주제. 뒤쪽은 당장 성과가 안 보이지만 1년 뒤 유입의 대부분이 거기서 나옵니다.
지표가 스스로를 강화하는 구조
이 문제가 잘 안 고쳐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표가 자기 판단을 스스로 확인해주기 때문입니다.
반응이 좋았던 주제를 다시 올리면 또 반응이 좋습니다. 숫자가 맞다고 말해주니 계속 그쪽으로 가죠. 그런데 그 숫자는 이미 우리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새로 들어올 사람의 반응은 애초에 측정되지 않아요.
그래서 볼 지표를 하나 더 두면 도움이 됩니다. 반응률 말고 새로 유입된 사람 수요. 반응률이 좋은데 신규 유입이 줄고 있다면, 우리 채널이 좁아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여기서 조심할 것
다양성을 넣는다고 아무거나 섞으면 신뢰를 잃습니다. 우리가 왜 이걸 골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뜻밖의 발견이 돼요. 설명이 안 되면 그냥 관련 없는 콘텐츠고요.
비율도 중요합니다. 절반을 낯선 것으로 채우면 이탈해요. 대여섯 개 중 하나 정도가 적당하다는 게 실무의 경험칙입니다.
이게 규모가 있는 채널의 문제라는 점도 짚어둘 만합니다. 이제 시작하는 채널이라면 먼저 반응이 오는 주제를 찾는 게 우선이에요. 다양성은 그다음 고민입니다. 아직 무엇이 통하는지 모르는 단계에서 다양성부터 챙기면 그냥 방향이 없는 채널이 됩니다.
알고리즘 자체를 탓할 일도 아닙니다. 정확한 추천은 실제로 유용하고, 대부분의 경우 없는 것보다 낫죠. 문제는 그것만 남았을 때입니다. 통계로 고르는 자리와 사람이 고르는 자리를 나눠 두면 둘 다 쓸 수 있어요.
우리 채널엔 무엇을 해볼까
- 팔릴 것 말고 알려주고 싶은 것 하나 넣기
- 고른 이유를 사람 말로 적기
- 매번 같은 형식으로만 내보내지 않기
두 번째가 가장 값싸고 효과가 큽니다. 고른 이유 한 줄을 붙이는 데는 시간이 거의 안 드는데, 그 한 줄이 있고 없고에 따라 목록이 사람이 만든 것으로 읽히느냐가 갈립니다.
비슷한 걸 잘 찾아주는 것과 몰랐던 걸 알려주는 건 다른 일입니다. 추천이 정확해질수록 뒤쪽의 값이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