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를 찾는 건 쉽다, 나머지를 버리는 게 어렵다
대부분은 중요한 일을 추가할 뿐 덜 중요한 일을 빼지 않습니다
성과의 대부분은 소수의 일에서 나옵니다. 다들 아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진짜 어려운 건 그 소수를 찾는 게 아니라 나머지를 그만두는 결정입니다.
완두콩에서 시작된 관찰
19세기 말,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자기 정원의 완두콩을 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소수의 꼬투리에서 대부분의 콩이 나오더라는 거죠. 이후 이탈리아의 토지 소유를 조사했더니 인구의 20%가 토지의 80%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분포는 다른 영역에서도 반복해 관찰됐어요. 매출의 대부분이 소수 고객에게서 나오고, 버그의 대부분이 소수 코드에서 나오고, 문의의 대부분이 소수 페이지에서 발생합니다.
20대 80이라는 숫자 자체가 법칙인 건 아닙니다. 결과가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고, 비율은 상황마다 달라요.
파레토를 잘못 쓰고 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압니다. 문제는 이 관찰을 어떻게 쓰느냐예요. 흔한 적용은 '중요한 20%를 찾아 집중하자'인데, 정작 회의에서 일어나는 일은 중요한 일을 목록에 추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추가만 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시간은 그대로인데 목록만 길어지니까요. 파레토의 함의를 제대로 쓰려면 나머지를 목록에서 빼야 합니다.
빼는 게 어려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추가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죠. 반면 제거에는 그 일을 하던 사람과 그 일을 요청한 사람이 있습니다. 정치적 비용이 붙는 겁니다.
네 칸으로 나눠보면
- A성과가 크고 지금 하고 있다 — 그대로 둔다
- B성과는 큰데 안 하고 있다 — 옮겨야 할 곳
- C성과는 작은데 계속 한다 — 줄일 것
- D성과도 작고 안 해도 된다 — 그만둘 것
대부분의 논의는 A와 B에서만 이뤄집니다. 무엇을 더 잘할지, 무엇을 새로 시작할지. 그런데 시간이 나오는 곳은 C와 D예요.
- C습관처럼 하던 일 — 줄이기
- D왜 하는지 모르는 일 — 그만두기
C가 특히 눈에 안 띕니다. 성과가 없는 게 아니라 작게 있어서죠. 완전히 무의미하면 진작 없앴을 텐데, 조금은 쓸모가 있으니 계속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남은 것들의 합이 실제로는 가장 큰 시간을 씁니다.
실제로 빼는 방법
한 번에 전부 정리하려 하면 실패해요. 대신 이번 주에 그만둘 일 하나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작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제거가 정식 안건이 된다는 거니까요.

정기 회의가 가장 좋은 출발점입니다. 하나를 골라 한 달만 없애보고 무슨 일이 생기는지 봅니다. 대개는 아무 일도 안 생겨요. 문제가 생기면 다시 살리면 되니 위험도 낮습니다.
그리고 규칙을 하나 두면 목록이 안 늘어납니다. 새로 시작할 때 하나를 뺀다. 자원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구조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판단 기준으로는 이 질문이 유용합니다. '이 일을 아예 안 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요.' 답이 안 나오면 그게 뺄 대상입니다.
표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저항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만두자 대신 한 달만 멈춰보자로요. 없애자고 하면 그 일을 해온 사람의 판단을 부정하는 게 되지만, 쉬어보자고 하면 실험이 되니까요. 대개 한 달 뒤에 아무도 그 일을 다시 꺼내지 않습니다.
웹 운영에서도 같은 정리가 필요합니다. 아무도 안 들어오는 하위 페이지, 갱신이 끊긴 게시판, 쓰지 않는 관리자 기능. 방문 통계를 열어 1년간 조회수 하위 절반을 확인해보면 목록이 금방 나와요. 페이지를 줄이면 관리도 가벼워지고 검색 품질도 올라갑니다.
여기서 조심할 것
20대 80을 숫자 그대로 믿으면 틀립니다. 실제 분포는 30대 70일 수도, 10대 90일 수도 있어요. 우리 데이터로 확인하지 않고 비율만 인용하면 엉뚱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나머지가 전부 무가치한 것도 아닙니다. 지금 성과가 작은 일 중에 나중에 커질 것이 섞여 있거든요. 신규 사업이나 초기 실험이 대표적이죠. 성과만으로 자르면 미래를 자르게 됩니다.
고객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출 상위 20%에만 집중하면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인데, 그 고객이 이탈했을 때 대안이 없어요. 집중과 분산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파레토는 결과를 사후에 설명하는 관찰이지 무엇이 성과를 낼지 미리 알려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지금 잘되는 20%는 지난 시도들 가운데 살아남은 것이고, 그 시도가 없었다면 이 20%도 없었죠. 정리를 반복하다 보면 새로 시도할 여지까지 같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럼 무엇을 그만둘까
- 이번 주에 그만둘 일 하나 적기
- 정기 회의 중 하나 없애보기
- 새로 시작할 땐 하나 빼기
세 번째 규칙 하나만 지켜도 목록이 더는 길어지지 않습니다.
덧붙이면, 빼는 결정을 혼자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한 사람이 정하면 그 사람 책임이 되지만 팀이 같이 정하면 합의가 되거든요. 한 달 뒤에 되살리기도 쉽고요. 정리는 판단력보다 절차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집중은 더 하는 게 아니라 덜 하는 결정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훨씬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