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객보다 두 번째 주문이 싸다
비용은 신규가 큰데 예산은 신규에 쏠려 있습니다
새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과, 이미 있는 고객 한 명을 지키는 비용. 대개 앞쪽이 훨씬 큽니다. 그런데 예산은 반대로 짜입니다.
신규와 유지, 비용의 차이
새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과 기존 고객 한 명을 지키는 비용은 크게 다릅니다. 업종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신규 획득 비용이 유지 비용보다 몇 배 높다는 것은 마케팅에서 오래 관찰돼온 패턴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신규 고객에게는 인지 → 관심 → 신뢰 → 결정의 전 과정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광고비가 드는 구간이 여기입니다. 기존 고객에게는 이 과정이 이미 끝나 있죠.
- 신규광고비를 계속 쓴다
- 기존대개 아무것도 안 한다
- 비용신규가 훨씬 비싸다
- 효과기존이 더 오래간다
그런데 실제 예산은 반대로 짜입니다. 광고에는 매달 고정적으로 쓰면서, 이미 거래한 고객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회사가 많죠.
왜 예산이 반대로 짜일까
신규는 숫자로 보이고 유지는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광고를 집행하면 노출과 클릭이 대시보드에 찍힙니다. 기존 고객에게 안부를 묻는 일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조직 구조도 영향을 줍니다. 신규 획득은 마케팅팀 성과이고 유지는 대개 담당자 개인의 성실함에 맡겨집니다. 성과로 잡히지 않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그 결과 구멍 난 양동이에 물을 붓는 상태가 됩니다. 신규는 계속 들어오는데 기존은 계속 빠져나가서 총량이 늘지 않죠. 이때 대응이 대개 '광고를 더 쓰자'가 되는 게 문제입니다.
무엇을 먼저 볼까
- 1st첫 구매 — 광고비가 들어간 결과
- 2nd재구매 — 광고 없이 일어나는 매출
가장 먼저 확인할 숫자는 재구매 비율입니다. 지난 1년 매출 중 이전에 거래한 적 있는 고객에게서 나온 비율이 얼마인지. 이 숫자를 모르고 있는 회사가 생각보다 많죠.

이 비율이 낮다면 광고를 늘리기 전에 왜 두 번째가 없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불만이 있어서 안 오는 경우보다, 그냥 잊혀서 안 오는 경우가 훨씬 많죠.
확인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2년 전 고객 명단을 열어 그 뒤로 한 번이라도 연락한 적 있는지를 세어보는 겁니다. 대부분 없죠. 그 상태에서 재구매가 없는 건 고객이 떠난 게 아니라 우리가 연락하지 않은 결과에 가깝습니다.
계산도 한 번 해볼 만합니다. 지난해 광고비를 신규 계약 건수로 나누면 계약 한 건당 획득 비용이 나옵니다. 이 숫자를 알고 나면 기존 고객에게 전화 한 통 하는 시간이 얼마나 값싼 투자인지가 분명해지죠.
제작 업종에서는 이렇게 나온다
제작이 끝나면 관계가 끝나는 구조가 흔합니다. 그런데 홈페이지는 만들고 나서가 시작이죠. 콘텐츠를 올려야 하고, 검색 노출을 관리해야 하고, 1~2년 뒤에는 개편이 필요합니다. 모두 다시 매출이 될 수 있는 지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입니다. 오픈 후 2주와 3개월에 한 번씩 연락해 잘 쓰이는지 확인하는 것, 다음에 필요해질 시점을 미리 알려주는 것, 그리고 기존 고객에게만 적용되는 조건을 하나 만들어두는 겁니다.
두 번째가 특히 잘 먹힙니다. '보안 인증서가 3개월 뒤 만료됩니다' 같은 연락은 영업이 아니라 관리로 받아들여지고, 그 자리에서 다른 요청이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메인 갱신, 호스팅 만료, 결제 모듈 정책 변경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런 연락이 가능하려면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어느 고객의 무엇이 언제 만료되는지 한 표에 정리해두는 것만으로 유지 활동의 절반은 준비되죠.
여기서 조심할 것
유지가 항상 싸다는 뜻은 아니에요. 이미 떠나기로 마음먹은 고객을 붙잡는 비용은 신규보다 클 수 있습니다. 유지 활동은 아직 관계가 살아 있을 때 해야 효과가 있죠.
모든 고객을 지킬 필요도 없죠. 요구가 과도하거나 단가가 맞지 않는 고객까지 붙잡으면 자원이 엉뚱한 곳에 가죠. 어떤 고객을 지킬지부터 정하는 게 순서입니다.
그리고 신규를 줄이라는 이야기도 아니에요. 성장하려면 신규는 계속 필요합니다. 다만 지금 예산 배분이 실제 비용 구조와 맞는지 한 번은 계산해볼 만합니다.
유지 활동이 부담스러운 연락이 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별한 용건 없이 안부만 묻는 연락은 상대에게 응대할 일을 하나 만드는 셈이죠. 만료일 안내나 정책 변경 공지처럼 받는 쪽에 쓸모가 있는 정보를 계기로 삼으면 부담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만들까
- 구매 뒤에 한 번 더 연락하기
- 다음에 필요할 시점 알려주기
- 재구매 고객에게만 주는 것 만들기
세 가지 다 광고비가 들지 않죠. 대신 누가 언제 할지를 정해두어야 합니다. 정해두지 않으면 바쁜 주에 가장 먼저 사라지는 일이 이겁니다.
한 번 산 사람이 두 번째로 사게 만드는 일. 광고보다 싸고 효과는 오래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