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를 게 많으면 오히려 안 산다 — 잼 24종과 6종
발길은 24종이 더 붙잡았지만, 실제 구매는 6종이 열 배 많았습니다
슈퍼마켓에 잼 시식대를 두 번 차렸습니다. 한 번은 24종, 한 번은 6종. 발길은 24종이 더 많이 붙잡았는데, 실제로 산 비율은 열 배 차이로 6종이 앞섰습니다.
잼 시식대로 확인한 것
컬럼비아대의 시나 아이엔가와 스탠퍼드대의 마크 레퍼가 2000년에 한 실험입니다. 고급 슈퍼마켓에 잼 시식대를 차리고 조건을 하나만 바꿨어요. 어떤 날은 24종을 늘어놓고, 어떤 날은 6종만. 위치도 시간대도 시식 방식도 같았습니다.

먼저 지나가던 사람의 반응. 24종일 때는 60%가 발길을 멈췄고, 6종일 때는 40%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죠. 많을수록 눈길을 끄니까요.
- 3%24종을 놨을 때 실제 구매 비율
- 30%6종만 놨을 때 실제 구매 비율
그런데 실제 구매는 반대였습니다. 열 배 차이입니다. 관심을 끄는 조건과 결정을 돕는 조건이 달랐던 겁니다.
멈춰 서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
24종
- 발길 멈춤 60%
- 고민 시작
- 비교가 끝나지 않음
- 구매 3%
6종
- 발길 멈춤 40%
- 비교가 금방 끝남
- 고르기 쉬움
- 구매 30%
선택지가 늘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하나는 비교 비용이에요. 24개를 다 비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사람은 그 부담을 느끼는 순간 결정을 미룹니다.
다른 하나는 후회에 대한 예상입니다. 고를 것이 많을수록 '더 나은 걸 놓쳤을지 모른다'는 느낌이 커지죠. 사고 나서 후회할 것 같으면 아예 안 사는 쪽이 편합니다.
그래서 선택지를 늘리는 건 관심 단계에서는 유리하고 결정 단계에서는 불리합니다. 두 단계를 같은 화면에서 처리하려 하면 앞쪽만 좋아지고 뒤쪽이 나빠져요.

관심을 끄는 조건과 결정을 돕는 조건은 다르다
선택 과부하 연구
메뉴와 상품 목록에서 벌어지는 일
홈페이지에서 가장 흔한 문제가 이겁니다. 상단 메뉴가 여덟 개, 서비스 목록이 열두 개. 만드는 쪽에서는 다 보여주고 싶죠. 그런데 방문자는 그 앞에서 멈춥니다.
정리 기준은 단순해요. 메인 메뉴는 다섯 개 안팎으로 줄이고, 비슷한 것은 묶어 하나로 보여주고, 가장 팔고 싶은 것 하나에 추천 표시를 답니다. 추천 표시는 비교 부담을 대신 져주는 장치거든요.
요금제도 같습니다. 안이 다섯 개면 고객은 고민하다 문의를 미뤄요. 세 개로 줄이고 각각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한 줄로 적어주면 결정이 빨라집니다. '직원 10명 이하 회사에 적당합니다' 같은 한 줄이 비교표 열 줄보다 강합니다.
줄일 수 없다면 고르는 걸 도와라
현실적으로 줄일 수 없는 경우도 많죠. 취급 품목이 원래 많거나, 업종 특성상 옵션이 필요하거나. 이때는 개수를 건드리는 대신 비교 비용을 낮추는 쪽으로 갑니다.

가장 효과가 큰 건 기본값이에요. 아무것도 안 고르면 이게 선택된다는 상태를 만들어두면, 결정을 미루던 사람도 그대로 진행합니다. 다음은 필터. 조건 두세 개만 걸어도 스무 개가 서너 개로 줄어듭니다.
그다음이 순서입니다. 목록의 맨 위와 맨 아래는 가운데보다 훨씬 많이 기억돼요. 가장 팔고 싶은 것을 가운데 묻어두면 없는 것과 비슷해집니다.
단계를 나누는 것도 방법이에요. 스무 개를 한 화면에 펼치는 대신 먼저 큰 갈래 세 개를 보여주고, 하나를 고른 다음에 그 안의 선택지를 보여주는 식입니다. 총 개수는 그대로인데 한 번에 비교할 대상이 세 개로 줄죠. 견적 폼에서 항목이 많을 때 특히 잘 통합니다.
반대로 하면 안 되는 것도 분명합니다. 선택지를 그대로 두고 설명만 길게 붙이는 것이요. 비교할 게 스무 개인데 각각 설명이 다섯 줄이면 부담이 오히려 커집니다. 고르기 어려워서 안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덜 비교해도 되는 상태거든요.
여기서 조심할 것
무조건 적을수록 좋은 건 아닙니다. 이후 연구들에서 선택 과부하는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 확인됐어요. 고객이 이미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고 비교 기준이 분명하면, 선택지가 많아도 부담이 적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 수가 많은 게 유리한 이유도 여기 있죠. 검색과 필터가 비교 비용을 대신 낮춰주니까요. 그러니까 줄이든지, 아니면 고르는 걸 도와주든지 둘 중 하나는 해야 합니다.
잼 실험은 표본이 크지 않고 특정 매장에서 진행된 거라, 수치를 그대로 다른 업종에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3%와 30%라는 숫자보다 관심과 결정이 서로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는 구조. 이게 이 연구에서 가져갈 부분이에요. 방향만 참고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럼 무엇을 줄일까
- 메인 메뉴는 다섯 개 안팎으로 줄이기
- 추천 하나를 눈에 띄게 정해주기
- 비슷한 옵션은 묶어서 하나로 보여주기
선택지를 늘리면 눈길은 끌지만 결정은 어려워집니다. 우리 화면이 관심을 받는 자리인지 결정을 받는 자리인지부터 정하면 몇 개가 적당한지도 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