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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해서 남는가, 귀찮아서 남는가

유지율 숫자만으로는 둘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읽는 데 약 5분 아이모토
만족해서 남는가, 귀찮아서 남는가

몇 년째 같은 서비스를 씁니다. 만족해서일까요, 옮기기 귀찮아서일까요. 지표는 둘을 구분해주지 않습니다.

만족과 유지는 다른 축이다

고객이 계속 쓰고 있으면 만족한다고 해석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만족도 조사에서 높은 점수가 나오는데도 대안이 생기면 곧바로 옮겨가는 경우가 흔해요. 반대로 불만이 많은데도 몇 년째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고요.

이 간극을 설명하는 개념이 전환비용(switching cost)입니다. 다른 것으로 옮길 때 드는 비용이고, 돈만이 아니라 시간과 학습, 위험까지 포함해요.

  1. 데이터쌓아둔 자료를 옮기는 비용
  2. 학습새 도구를 다시 배우는 비용
  3. 위험옮겼다가 더 나쁠지 모른다는 부담

세 번째가 의외로 큽니다. 지금이 최선인지는 몰라도 최악은 아니라는 건 아니까요. 확실한 불편과 불확실한 개선 중에서는 대개 앞쪽이 선택됩니다. 앞서 다룬 손실 회피가 여기서도 작동하는 셈이죠.

유지율에 섞여 있는 것

그래서 유지율에는 두 가지가 섞여 있어요. 만족해서 남는 것과 귀찮아서 남는 것입니다. 숫자로는 구분되지 않고요.

읽는 방식안 나가니까 만족하는 거겠지
확인하는 법나가기 쉬운데도 남는지를 봐요

구분하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나가기 쉬운 상태에서도 남는지를 보는 거예요. 해지가 쉽고 데이터를 언제든 가져갈 수 있는데도 계속 쓴다면 그건 진짜 만족입니다.

만족해서 남는 상태와 전환비용에 묶인 상태
겉보기 지표가 같아도 안쪽은 다르다

반대로 전환비용으로 붙잡고 있는 상태는 겉보기 지표만 좋은 상태입니다. 경쟁사가 이전 도구를 제공하거나 마이그레이션을 대신해주는 순간 한꺼번에 빠져나가요.

제대로 쌓는 방법

전환비용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습니다. 좋은 쪽은 쓸수록 쌓여서 편해지는 구조예요. 이전 견적 이력이 남아 다음 견적이 빨라진다든지, 설정해둔 것이 계속 도움이 된다든지요. 이건 고객에게도 이득입니다.

나가기 어렵게

  • 해지 버튼을 숨긴다
  • 자료를 못 빼가게 한다
  • 약정으로 묶는다
  • 떠날 때 나쁜 말을 남긴다

남고 싶게

  • 해지 경로가 보인다
  • 자료를 언제든 내려받는다
  • 쓸수록 편해진다
  • 나갔다가 돌아오기도 한다

나쁜 쪽은 나가기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해지 버튼을 숨기고, 데이터를 못 빼가게 하고, 약정으로 묶는 방식이죠. 당장은 유지율이 오르지만 떠날 때 나쁜 말을 남기고 갑니다.

나가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과 남고 싶게 만드는 방식
가두는 것과 남게 하는 것은 결과가 다르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반대로 하는 게 낫습니다. 자료 내려받기와 해지 경로를 눈에 보이게 두는 거예요. 나갈 수 있는데 안 나가는 상태가 진짜 유지이고, 그렇게 나간 고객은 돌아오기도 하니까요.

떠나는 고객에게 이유를 묻고 기록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남아 있는 고객은 불만을 말하지 않거든요. 참고 쓰다가 조용히 나가는 쪽이 훨씬 흔합니다.

묻는 방식도 신경 쓸 만합니다. 해지 화면에 객관식으로 이유를 고르게 하면 대개 '가격'이 제일 많이 나오는데, 그건 고르기 편한 답이라서 그렇습니다. 짧게라도 직접 쓰게 하거나 나간 뒤에 한 번 연락해서 물으면 다른 답이 나옵니다.

웹 제작에서는 어디에 걸리나

이 업종에서 전환비용은 대개 계정과 소스에 걸립니다. 도메인, 호스팅, 검색 콘솔, 광고 계정을 제작사 이름으로 만들어두면 고객이 옮기려 할 때 통째로 막히거든요.

이걸 붙잡는 수단으로 쓰는 관행이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유지되지만 업계 평판에는 확실히 불리해요. 다음 업체가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어디가 어땠는지 다 보게 되니까요. 그 이야기는 생각보다 멀리 갑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계정을 고객 명의로 만들고 인수인계 문서를 정리해주면, 그게 오히려 다음 일을 부릅니다. 떠날 자유가 있는 관계가 더 오래가는 건 여기서도 같습니다.

대신 다른 쪽에 쌓으면 됩니다. 그 회사의 사업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 예전에 왜 그렇게 정했는지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 이런 건 파일로 넘길 수 없는 종류라서 진짜 전환비용이 됩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고요.

다만 조심할 것

전환비용을 낮추는 게 항상 옳은 것도 아닙니다. 계약 기간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 사업이 있어요. 초기 구축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 최소 기간 없이는 사업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조건을 계약 전에 분명히 알리는 것입니다. 나중에 발견하게 만드는 방식이 문제이지 조건 자체가 문제는 아니에요.

그리고 해지를 너무 쉽게 만들면 충동적인 이탈이 늘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막는 대신 일시정지 같은 중간 선택지를 두는 편이 낫습니다. 떠나는 걸 붙잡는 게 아니라 다른 길을 하나 더 여는 것이니까요.

지금 점검할 세 가지

  1. 우리 서비스에서 자료를 내려받는 경로가 눈에 보이는지 확인하기
  2. 해지 절차를 직접 한 번 밟아보기
  3. 떠난 고객의 이유를 기록으로 남기기

두 번째를 해보면 대개 놀랍니다. 만든 사람도 어디 있는지 못 찾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게 의도한 설계가 아니라 방치였다는 게 대부분입니다. 고치는 데는 반나절이면 되고요.

가두는 것과 남게 하는 것은 다릅니다. 나가기 쉬운데도 안 나가는 상태를 목표로 삼는 편이 오래갑니다.

출처 스위칭 코스트(전환비용). 다른 서비스로 옮길 때 드는 시간·학습·데이터 이전 비용이 클수록 이탈이 줄어든다. 다만 인위적으로 높인 장벽은 불만을 축적시키고 대안이 등장하는 순간 한꺼번에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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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전환비용이란 무엇인가요?
지금 쓰는 것을 다른 것으로 옮길 때 드는 비용입니다. 돈만이 아니라 시간과 학습, 위험까지 포함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쌓아둔 데이터를 옮기는 비용, 새 도구를 다시 배우는 비용, 옮겼다가 더 나쁠지 모른다는 위험 부담 세 가지입니다.
만족도와 유지율은 왜 다른가요?
유지율에는 만족해서 남는 것과 귀찮아서 남는 것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만족도 조사에서 높은 점수가 나오는데도 대안이 생기면 곧바로 옮겨가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불만이 많은데도 몇 년째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숫자로는 구분되지 않습니다.
둘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나요?
나가기 쉬운 상태에서도 남는지를 보는 것뿐입니다. 해지가 쉽고 데이터를 언제든 가져갈 수 있는데도 계속 쓴다면 그건 진짜 만족입니다. 전환비용으로 붙잡고 있는 상태는 겉보기 지표만 좋은 상태이고, 경쟁사가 이전을 대신해주는 순간 한꺼번에 빠져나갑니다.
좋은 전환비용도 있나요?
쓸수록 쌓여서 편해지는 구조가 좋은 쪽입니다. 이전 견적 이력이 남아 다음 견적이 빨라진다든지, 설정해둔 것이 계속 도움이 된다든지요. 고객에게도 이득이라 불만이 남지 않습니다. 나쁜 쪽은 해지 버튼을 숨기고 데이터를 못 빼가게 하는 방식입니다.
해지를 쉽게 만들면 손해 아닌가요?
당장의 유지율은 내려갈 수 있지만, 나갈 수 있는데 안 나가는 상태가 진짜 유지입니다. 그렇게 나간 고객은 돌아오기도 하고 나쁜 말을 남기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떠나는 고객에게 이유를 묻고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아 있는 고객은 불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계약 기간을 두는 게 잘못된 건가요?
아닙니다. 초기 구축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은 최소 기간 없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조건을 계약 전에 분명히 알리는 것입니다. 나중에 발견하게 만드는 방식이 문제이지 조건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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