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제작 비용은 무엇으로 갈리나
같은 페이지 수인데 견적이 세 배 차이 나는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10페이지 기업 홈페이지"인데 견적이 400만원과 1,200만원으로 옵니다. 둘 다 정직한 값일 수 있습니다. 세고 있는 게 서로 다르거든요.
페이지 수는 분량이지 난이도가 아니다
견적을 받을 때 가장 먼저 묻는 게 "몇 페이지냐"입니다. 편하니까요. 그런데 페이지 수는 분량만 알려주고 난이도는 안 알려줍니다.
같은 10페이지라도 발주처가 원고와 사진을 다 넘기는 경우와, 제작사가 무엇을 쓸지부터 정하고 촬영까지 하는 경우는 붙는 사람과 일수가 몇 배 차이 납니다. 값이 다른 게 아니라 사는 물건이 다른 겁니다.
제작 견적은 결국 사람의 시간을 사는 일입니다. 기획자 며칠, 디자이너 며칠, 개발자 며칠이 붙고 거기에 검수와 수정 대응이 얹힙니다. 그래서 페이지가 아니라 투입 일수로 환산해서 보면 세 배 차이가 나는 두 견적이 갑자기 이해됩니다.
값을 올리는 항목은 정해져 있다
견적서를 뜯어보면 금액이 커지는 자리는 대개 같습니다. 순서대로 보면 이렇습니다.
| 항목 | 영향 | 왜 그런가 |
|---|---|---|
| 기획·설계 | 크다 | 무엇을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 정하는 일. 여기가 부실하면 뒤가 다 흔들린다 |
| 콘텐츠 제작 | 크다 | 원고·사진·영상을 누가 만드는가. 맡기면 비용과 기간이 같이 는다 |
| 다국어 | 중간 | 구조와 관리자, 번역 검수까지 붙는다. 나중에 붙이면 더 비싸다 |
| 관리자 기능 | 중간 | 직접 고칠 수 있는 범위만큼 개발이 늘어난다 |
| 외부 연동 | 경우에 따라 | 결제·ERP·예약 같은 연동은 상대 시스템 사정에 좌우된다 |
여기서 기획과 콘텐츠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디자인과 개발만 비교하면 견적 차이가 이해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특히 다국어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다국어를 염두에 두고 구조를 짜면 언어를 하나 더 얹는 값이 크지 않은데, 국문으로 다 만들고 나서 영문을 붙이면 관리자와 메뉴 구조를 다시 손대야 합니다. 같은 결과물인데 순서 하나로 값이 갈리는 대표적인 항목이죠.
견적서에 잘 안 적히는 값
금액 자체는 작은데 매년 나가고, 계약 때 이야기가 없으면 오픈 직후에 나타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 도메인과 호스팅, SSL 인증서 갱신
- 무상 유지보수가 끝난 뒤의 관리비
- 유료 사진·폰트·아이콘 사용료
- 문자·알림톡 발송 건당 비용
이 항목들은 계약 전에 목록으로 받아두면 그걸로 끝나는 문제입니다. 나중에 알게 되면 금액보다 기분이 상하는 쪽이 더 큽니다.
폰트가 의외로 자주 걸립니다. 시안에서 예쁘게 보였던 서체가 웹 사용 라이선스가 따로인 경우가 있고, 그걸 오픈 뒤에 알게 되면 디자인을 손보거나 연 사용료를 내는 선택만 남습니다. 시안을 승인하기 전에 쓰인 폰트와 사진의 출처를 물어보세요.
싼 견적이 결국 비싸지는 구조
가장 낮은 견적에는 대개 무언가가 빠져 있습니다. 기획이 빠졌거나, 콘텐츠는 발주처가 준비하는 조건이거나, 수정 횟수가 두 번이거나, 유지보수가 한 달이거나요.
문제는 그 항목들이 진행 중에 추가 견적으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이미 시작한 상태라 협상력도 없습니다. 최종 금액이 처음 견적의 두 배가 되는 흔한 경로가 이겁니다.
총액만 비교하면
- 제일 싼 곳이 이긴다
- 범위는 나중에 확인
- 추가 견적이 반복된다
- 최종 금액이 뒤집힌다
범위를 맞춰 비교하면
- 같은 조건으로 줄 세운다
- 빠진 항목이 보인다
- 추가가 예측된다
- 최종 금액이 유지된다
비교를 제대로 하려면 같은 질문을 모든 업체에 던져야 합니다. 수정은 몇 회까지인지, 무상 유지보수는 몇 개월이고 그 안에 무엇까지 포함되는지, 원고와 사진은 누가 준비하는지. 이 세 가지 답을 나란히 적어놓으면 총액이 아니라 조건이 비교됩니다.
정부지원사업을 쓰면 계산이 달라진다
수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중소벤처기업부 수출바우처로 외국어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2026년 예산은 1,502억원으로 전년보다 226억원 늘었습니다.
자부담 비율은 기업 유형과 지원 등급에 따라 달라지니 그해 공고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로 아이모토가 수행한 139건의 평균 계약 금액은 약 1,473만원이었습니다. 표준형 기업 홈페이지 구간을 훨씬 가벼운 부담으로 진행하게 되는 셈이죠.
다만 바우처는 예산이 소진되면 마감되고, 선정 뒤에도 수행기관 선택과 협약에 시간이 걸립니다. 지원사업으로 갈 생각이라면 견적 비교와 별개로 공고 일정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순서에 맞습니다.
비용을 줄이는 현실적인 순서
깎는 것보다 범위를 정리하는 쪽이 효과가 큽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 원고와 사진을 먼저 준비한다 — 비용과 기간이 같이 줄어든다
- 지금 안 쓸 기능은 뺀다 — 구조만 열어두면 나중에 붙이는 값이 크지 않다
- 수정 횟수와 유지보수 범위를 계약서에 적는다 — 추가 견적의 90%가 여기서 나온다
첫 번째가 제일 확실해요. 콘텐츠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시작하면 기다리는 동안 일정이 밀리고, 밀린 일정은 결국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반대로 아끼지 말아야 할 항목도 있습니다. 기획이 그렇습니다. 무엇을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 정하는 단계를 건너뛰면 디자인이 나온 뒤에 구조를 바꾸게 되고, 그때 드는 비용이 처음에 기획에 쓸 돈보다 큽니다. 가장 앞단에서 아낀 돈이 가장 비싸게 돌아옵니다.
견적을 받기 전에 정리할 네 가지
발주하는 쪽에서 미리 정리해 가면 견적의 정확도가 확 올라갑니다. 많이 필요하지도 않아요.
- 이 사이트로 무엇을 얻고 싶은가 — 한 문장으로
- 보여줄 제품이나 실적이 몇 개인가
- 원고와 사진을 우리가 주는가
- 언제까지 열어야 하는가
이 네 줄이 있으면 어느 업체에 물어도 비교할 수 있는 견적이 나옵니다. 없으면 업체마다 다른 가정을 세우고, 그 가정이 다르니 숫자가 흩어집니다. 견적서가 이해되지 않을 때는 대개 우리 쪽 조건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견적을 비교할 때는 총액이 아니라 같은 범위로 맞춰 놓고 보세요. 그 순간 대부분의 차이가 설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