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 파인만
파인만이 졸업식에서 한 말이에요
파인만이 1974년 칼텍 졸업식에서 한 말입니다. "첫 번째 원칙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이다."
1974년 칼텍 졸업 축사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전기역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입니다. 1974년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졸업식에서 한 축사가 'Cargo Cult Science'라는 제목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이 연설에서 형식만 과학인 연구를 비판했습니다. 데이터를 모으고 그래프를 그리고 논문 형식을 갖추지만, 자기 결론에 불리한 부분은 슬쩍 빼놓는 연구들을 지적한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이다.
첫 번째 원칙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이다
리처드 파인만, 1974 칼텍 졸업 축사
그는 이 연설에서 형식만 과학인 연구들을 비판했습니다. 데이터를 모으고 그래프를 그리지만, 자기 결론에 불리한 부분은 슬쩍 빼는 연구들이요.

형식은 과학인데 결론이 먼저 있는 연구
데이터를 모으고 그래프도 그리는데, 불리한 부분은 슬쩍 빠져 있었어요
숫자는 맞는데 그림이 달라요

속이기 쉬운 보고
- 잘 나온 지표만 넣어요
- 안 나온 건 조건 탓
- 비교 기간을 유리하게
- 판단이 늦어져요
속이지 않는 보고
- 안 나온 것도 같이 넣어요
- 왜 그런지 가설을 적어요
- 기간 기준을 고정해요
- 빨리 고칠 수 있어요
일에서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잘 나온 캠페인 지표만 보고하고, 안 나온 건 조건이 안 좋았다고 넘어갑니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먼저 믿어버리는 겁니다.
보고와 회의에 옮기면
가장 흔한 사례가 성과 보고입니다. 잘 나온 지표만 넣고, 안 나온 건 조건이 안 좋았다고 넘어갑니다. 비교 기간을 유리한 쪽으로 고르기도 합니다. 숫자는 전부 사실인데 그림이 다릅니다.
대응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결론을 내기 전에 내 결론에 불리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먼저 적어봅니다. 없다면 안 찾은 겁니다.
둘째, 기간과 기준을 미리 정하고 나중에 바꾸지 않습니다. 결과를 보고 기준을 조정하기 시작하면 그 분석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셋째, 안 나온 것도 같이 보고하고 왜 그런지 가설을 적습니다. 이게 있으면 판단이 빨라지고 다음 시도가 정확해집니다.
다만 조심할 것
이 원칙을 조직에 도입할 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안 나온 결과를 보고했을 때 불이익이 없어야 합니다. 실패를 보고하면 문책하는 조직에서 정직한 보고를 요구하는 건 모순입니다.
그리고 남을 검증하는 도구로 먼저 쓰면 효과가 사라집니다. 파인만이 말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원칙입니다. 회의에서 남의 자료만 파고들면 방어적인 문화가 만들어집니다.
완벽한 검증을 요구하다 결정이 멈추는 것도 문제입니다.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은 불확실한 상태에서도 빠르게 가는 게 낫습니다.
이건 스스로 물어요
- 내 결론에 불리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먼저 적기
- 기간·기준을 정해놓고 나중에 바꾸지 않기
- 반대 의견을 낼 사람을 회의에 한 명 넣기
그가 든 예가 인상적입니다. 실험 결과를 발표할 때 결과를 무효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함께 보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해석 가능성, 실패한 시도, 통제하지 못한 변수까지요.
그런데 이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기 결론을 지지하는 정보를 편하게 받아들입니다. 앞서 다룬 확증편향이 여기 걸립니다.
파인만이 강조한 건 이게 거짓말과 다르다는 점입니다. 의도적으로 속이는 게 아니라 자기가 먼저 믿어버립니다. 그래서 정직한 사람도 똑같이 걸립니다. 오히려 자기가 정직하다고 믿는 만큼 더 위험합니다.
그래서 검증은 남을 위한 절차가 아닙니다. 나를 위한 절차예요.
검증은 남을 위한 절차가 아니라 나를 위한 절차입니다.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이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