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는 남 얘기가 아니다 — 장자 추수편
장자가 탓한 건 개구리가 아니에요
'우물 안 개구리'는 보통 남을 낮출 때 씁니다. 장자의 원문은 결이 좀 다릅니다.
개구리를 탓한 게 아니었다
'우물 안 개구리'는 대개 남을 낮출 때 씁니다. 시야가 좁고 자기 세계밖에 모른다는 뜻으로요. 그런데 출처인 『장자』 추수(秋水)편의 문장은 결이 다릅니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井蛙不可以語於海者 拘於虛也 —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말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사는 공간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바로 뒤에 두 구절이 더 이어집니다. 여름 벌레에게 얼음을 말할 수 없는 것은 때에 매여 있기 때문이고, 편협한 선비에게 도를 말할 수 없는 것은 가르침에 매여 있기 때문이라고요.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말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사는 공간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장자 추수편 · 井蛙不可以語於海者 拘於虛也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말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사는 공간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누구를 가리키는 말일까요
개구리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어서라는 겁니다. 바로 뒤에는 여름 벌레에게 얼음을 말할 수 없는 건 때에 매여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이어집니다.

무엇에 갇히나요
- 공간겪어본 업계와 시장
- 시간지금까지의 방식
- 배움배운 틀 안의 답
세 구절을 나란히 놓으면 뜻이 분명해집니다. 개구리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조건이 그렇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세 번째 구절은 배운 사람에게도 같은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건 남 얘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자기가 겪은 만큼만 보고, 그 범위를 세상 전체로 착각합니다. 우리 업계에서 당연한 관행이 다른 업계에서는 이상한 일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서운 건 매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안 보인다는 점입니다. 우물 안에서는 우물이 전부라 벽이 인식되지 않습니다. 앞서 다룬 지식의 저주나 확증편향과 같은 계열의 문제입니다.
우물을 넓히는 방법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다른 업계 사람에게 우리 방식이 이상한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같은 업계 사람은 같은 우물에 있어서 이상한 걸 이상하다고 못 느낍니다.
두 번째는 우리 업계에서 당연한 것 세 가지를 적어보는 것입니다. 견적은 이렇게 낸다, 계약은 이런 조건이 기본이다, 이 정도 기간은 당연하다. 적고 나서 왜 당연한지 근거를 찾아보면 상당수가 근거 없는 관행입니다.
세 번째는 시간 축입니다. 지금 방식을 언제부터 이렇게 했는지 물어보는 겁니다. '원래 그랬다'가 답이면 그게 검토 대상입니다.
웹 제작 업계에도 이런 게 많습니다. 시안 3개를 무료로 제공하는 관행, 유지보수를 무상으로 얹는 관행이 그렇습니다. 다른 업계에서 보면 이상한데 안에서는 당연합니다.
다만 조심할 것
'다 매여 있다'가 아무 판단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장자는 상대주의를 말했지만, 실무에서는 결국 결정해야 합니다. 한계를 아는 것과 판단을 포기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리고 다른 업계 방식을 무조건 좋게 보는 것도 다른 종류의 우물입니다. 우리 업계 관행에는 이유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유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지 바꾸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장자는 경영서가 아니라 철학서입니다. 추수편 전체는 크고 작음의 상대성을 다루는 우화이고, 여기서 다룬 것은 그중 한 대목입니다.
이건 해볼 만해요
- 다른 업계 사람에게 우리 방식이 이상한지 물어보기
- 우리 업계에서 당연한 것 세 가지를 적어보기
- 그중 하나가 왜 당연한지 근거를 찾아보기
그러니까 이건 남 얘기가 아닙니다. 나도 내가 겪은 만큼만 봅니다. 우리 업계에서 당연한 일이 다른 업계에서는 이상한 일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죠.
우물 안 개구리는 남 얘기가 아닙니다. 나도 내가 겪은 만큼만 봅니다.